공공보건의료를 잔여적 시각이 아니라 전체 인구집단의 건강수준 향상 및 건강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 또는 담지자로 규정하는 관점에서 현재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분석 과정에서 공공보건의료의 개편 전략 및 구체적인 과제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1) 자원의 개발
공공보건의료를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가용한 정책 수단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고 있고 가용한 정책 수단이 어느 정도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공공보건의료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먼저, 공공의료기관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립중앙의료원 1개소, 국립대학병원 및 분원 16개소, 지방의료원 및 분원 36개소 등 일반진료 중심의 기관이 62개소이고, 국립결핵병원 2개소, 국립정신병원 5개소, 시도립 노인병원 38개소 등 특수질환 중심의 기관이 122개소이며, 경찰병원, 산재병원, 군병원 등 특수 대상 중심으로 병원이 36개소로 총 220개의 공공의료기관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공중보건기관으로 보건의료원을 포함한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가 3,492개소가 존재한다. 전체 보건의료기관에서 차지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중을 살펴보면, 기관수로는 5.4%, 병상수로는 9.1%에 불과한 실정이다.
<Table 1>
Status of public health care institutions (Dec. 2016)
Classification |
Public health institution* (A) |
Public medical institution (B) |
Public health care institution (C=A+B) |
Private medical institution (D) |
Total (E=C+D) |
Public proportion (C/E) |
Count of institution |
3,492 |
220 |
3,712 |
64,751 |
68,463 |
5.4% |
|
Count of bed |
365 |
62,991 |
63,356 |
629,105 |
692,461 |
9.1% |
|
Manpower of doctor |
3,475 |
12,126 |
15,601 |
125,999 |
141,600 |
11.0% |
만약 민간의료기관 중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병원이 존재한다면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낮다고 하더라도 공공의료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민간의료기관 중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일부 사립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외상, 심뇌혈관질환, 암 등 국가에서 지정하는 권역별 센터를 운영하거나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보건의료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관 차원에서 공공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여전히 사익 추구적인 경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나마 대학병원은 재정 투입을 포함한 정부 정책 등을 통하여 공공적 역할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역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지역거점 역할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진 바가 없고 특별한 정책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종합병원은 수익성 위주의 진료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더욱 더 그러한 경향이 크다. 일부 전문 병원을 제외하면 충분한 시설 및 인력을 갖추지 못해 적정 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경쟁적 의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적정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7]. 또한 정작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도가 높은 재활병원은 늘어나지 않고 요양병원만 급속하게 증가하여 보건의료 전반의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OECD 국가들과 공공병상의 비중을 비교해 보면, 2015년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비중은 10.5%로 대다수 국가들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보건의료의 사유화 경향이 강한 미국도 공공병상 비중이 2014년 기준으로 22.5%이고, 우리와 유사한 보건의료 환경을 갖고 있는 일본조차도 2015년 기준으로 27.2%에 이르는 것을 보더라도 한국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Table 2>
Proportion of public beds in OECD countries
Country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Australia |
69.6% |
69.5% |
69.5% |
69.2% |
68.4% |
67.7% |
67.8% |
- |
|
Austria |
71.5% |
71.5% |
70.9% |
70.4% |
69.7% |
69.5% |
69.2% |
69.2% |
|
Canada |
99.3% |
99.3% |
99.4% |
99.4% |
99.4% |
99.3% |
99.3% |
99.3% |
|
Chile |
79.6% |
78.9% |
80.6% |
72.5% |
76.2% |
75.4% |
75.9% |
74.2% |
|
Denmark |
95.6% |
94.9% |
95.5% |
94.0% |
- |
94.6% |
93.8% |
93.3% |
|
Finland |
95.9% |
96.0% |
95.6% |
95.1% |
95.4% |
95.8% |
96.2% |
94.5% |
|
France |
64.7% |
63.7% |
62.5% |
62.4% |
62.2% |
62.2% |
62.4% |
62.1% |
|
Germany |
40.8% |
40.7% |
40.6% |
40.6% |
40.4% |
40.7% |
40.7% |
40.8% |
|
Greece |
69.0% |
69.7% |
68.8% |
67.2% |
66.8% |
65.2% |
65.3% |
65.0% |
|
Iceland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
Israel |
70.8% |
71.2% |
71.1% |
70.2% |
70.6% |
70.1% |
70.4% |
70.2% |
|
Italy |
68.3% |
68.2% |
68.4% |
68.4% |
68.5% |
68.0% |
67.5% |
67.6% |
|
Japan |
26.7% |
26.5% |
26.4% |
26.3% |
26.3% |
26.2% |
27.2% |
27.2% |
|
Korea |
14.2% |
- |
13.0% |
12.4% |
11.7% |
10.8% |
10.7% |
10.5% |
|
Latvia |
93.8% |
94.0% |
93.6% |
91.3% |
91.1% |
90.8% |
90.2% |
90.1% |
|
Mexico |
76.2% |
76.0% |
75.9% |
76.0% |
76.2% |
76.8% |
77.2% |
76.1% |
|
New Zealand |
- |
81.4% |
83.2% |
83.7% |
83.9% |
83.7% |
84.6% |
84.4% |
|
Norway |
77.7% |
77.1% |
76.9% |
79.0% |
78.6% |
77.6% |
76.7% |
76.6% |
|
Portugal |
73.6% |
73.2% |
73.1% |
72.5% |
72.0% |
70.5% |
70.1% |
68.2% |
|
Slovenia |
- |
- |
98.9% |
98.9% |
98.9% |
98.9% |
98.9% |
98.9% |
|
Spain |
66.3% |
66.5% |
68.7% |
68.7% |
69.1% |
68.7% |
68.6% |
68.7% |
|
Turkey |
85.4% |
83.4% |
82.9% |
81.4% |
80.5% |
79.5% |
78.7% |
77.5% |
|
United Kingdom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100.0% |
|
United States |
25.4% |
24.9% |
24.5% |
23.6% |
23.1% |
22.7% |
22.5% |
- |
이렇듯 선진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양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이와 더불어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취약계층 비율이 높거나 공공보건의료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을 제외하면 국립대학교병원 등 상당수의 공공의료기관이 민간 의료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익 추구적 진료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공공의료기관 간에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못하여 사익 추구적 보건의료체계를 공공적으로 견인하는 데에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보건소 등과 같은 공중보건기관을 살펴보면, 공중보건의 특성상 공중보건의 업무를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공공의료기관을 포함한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공중보건의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더해져서 인구 집단 전체의 예방 및 건강증진 업무의 대부분을 보건소 등 공중보건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공중보건체계 및 공중보건기관은 과거 감염성질환의 예방 관리 및 모자보건사업 등 특화된 정부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체계이고, 대부분 시군구에 위치한 보건소 조직이 전부라서 실제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 건강증진의 필요성 증대 및 건강에 대한 시민적 권리의식의 성장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담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인구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예방 및 건강증진을 가능케 하는 실행 단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구 집단 전체의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증진을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 생활터 단위에서 건강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참여정부에서 도시보건지소 설치가 제기되어 왔으나 예산 및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제대로 확충되지 못하였고 지금은 유사한 문제의식의 건강생활지원센터의 설치로 이어지고 있으나 그것마저도 별반 확충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현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시군구에 설치 운영되어 있는 보건소 조직으로는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고 과거부터 수행해온 진단 및 기획 업무, 규제 및 행정 업무, 인구 집단 대상으로 한 캠페인 및 홍보 활동, 일부 보건소 인근 주민 대상의 내소자 사업 등에 국한될 수밖에 없고 관할 인구 집단의 생활터별 생애주기별 요구에 대응한 건강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예방 및 건강증진활동은 병원 등과 같은 시설 중심이 아니라 읍면동 단위에서 활동하는 공중보건인력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행 공중보건체계로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한 건강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차의료기관에서 예방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하여 보건소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인력 측면에서 공공보건의료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기에 앞서서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인력 현황을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의사는 229명, 한의사는 46명, 치과의사는 57명, 조산사는 17명, 간호사는 669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8]. 전체적으로 간호사 인력의 증가 폭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병원, 의원이나 조산원, 보건소 등에 종사하는 보건의료인력은 2010년보다 약 25.5% 증가한 557,488명이며 이중 55.3%는 병원에, 41.2%는 의원이나 조산원, 3.6%는 보건소에 종사하고 있다[
8].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준으로 총 41개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있는데, 학부 모집을 실시하는 의과대학에서 총 2,601명을 모집하고 있고, 매년 3,300명 내외가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하여 3100명 내외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전국 간호교육기관 수는 2006년 127개에서 2015년에는 204개로 크게 증가하였다[
9]. 지금까지 간호교육제도는 3년제와 4년제로 이원화되어 있었으나 최근 전문직 위상 제고, 조직 내 갈등 유발, 생산성 저하 등의 원인 해소, 간호 업무의 질 보장 등을 위해 간호학제 일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10].
<Table 3>
Health employment per 100,000 population
Health employment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Total |
778 |
806 |
838 |
860 |
887 |
917 |
945 |
980 |
1,018 |
|
Physicians |
190 |
195 |
202 |
205 |
210 |
214 |
218 |
223 |
229 |
|
Traditional physicians |
35 |
36 |
38 |
39 |
40 |
41 |
42 |
44 |
46 |
|
Dentists |
48 |
49 |
51 |
51 |
52 |
54 |
55 |
56 |
57 |
|
Midwives |
18 |
18 |
18 |
17 |
17 |
17 |
17 |
17 |
17 |
|
Registered nurse |
487 |
508 |
530 |
547 |
568 |
591 |
613 |
641 |
669 |
보건의료인력의 양성 측면에 대한 문제점으로 먼저, 공급 부족을 들 수 있다. 인력의 부족은 업무량의 증가, 장시간 노동, 노동 강도의 심화로 이어져 결국 당사자의 건강을 악화시키게 된다[
11]. 보건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체감도는 특수목적 공공병원(66.9%), 사립대학병원(66.3%), 지방의료원(63.8%), 민간중소병원(61.5%) 순으로 높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간호사(68.1%) 직종, 3-6년 미만 근속자(69.3%), 여성(66.5%)과 정규직(65.7%)에서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인력의 부족은 환자에 대한 불친절이나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1]. 다음으로 전문의의 비중 증가와 일차의료의사 비중의 감소를 들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임상의사 중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75.3%이며, 전문과목별로 수련과정에 있는 레지던트의 숫자를 포함하면 그 비율은 89.7%까지 증가한다[
12]. 물론 OECD 자료만 보면, 회원국의 전체 의사 중 일반의의 평균 비율이 30% 정도이고, 한국 역시 2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3]. 그러나 OECD 국가의 일반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수년간 별도의 전문적인 수련 과정을 밟는 일차의료의사를 의미하는데 반하여 한국의 일반의는 가정의학 전문의와 의원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은 의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그 개념이 상이하다. 한국의 가정의학 전문의가 선진외국의 일차의료의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의사의 7.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는 훨씬 적다고 할 수 있다. 전문의에 비해 일차의료의사의 수입이 적고, 사회적 인식 또한 전문의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차의료의사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전문의의 비율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차의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등을 담당하는 전문의의 수가 다른 전문 과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4]. 세 번째로 공급자 위주의 민간 자격증이 양산되고 있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자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국가 자격뿐만 아니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인을 받은 기관으로부터 민간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보건의료 분야의 민간 자격은 여러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신설되고 있는데, 이는 자격증의 실수요와 무관하게 발급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자 위주의 자격이 신설됨에 따라 무면허 의료인이 양산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의 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보면, 먼저, 보건의료인력 수급 모니터링 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15]. 합리적인 자원 수급 정책을 통하여 미충족 의료와 지역 간 의료공급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체 보건의료수요와 지역의 보건의료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현황 정보가 보건소, 중앙정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각각 수집되고 관리되고 있어서 국가기관 간 공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면허·자격의 관리 부실을 들 수 있다[
15]. 현재 7개 법률에 근거한 22개 종류의 면허, 자격시험이 행해지고 있으나, 의료인력 간 업무 규정이 불문명하거나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서 의료인력 간의 역할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면허·자격이 평생 유지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도 존재한다.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한 면허·자격의 정기적인 평가를 통하여 갱신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고, 평생교육프로그램 이수 여부에 따라 면허·자격을 재부여 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인력의 지역적 불균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취업 기회, 경력과 지역 경제 수준이나 편리한 생활 여건, 자녀 교육이나 문화적 활동 등의 이유로 의사 인력의 약 30%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간호사 인력 역시 26.7%가 서울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16]. 인구 10만 명 당 의사는 서울이 263.1명인데 반해, 경북은 128.1명으로 매우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간호사 역시 광주가 인구 10만 명 당 387.7명인데 반해, 경기는 205.1명으로 그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 마지막으로 높은 이직률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인력의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노동조건이 나빠져서 결국 이직률이 높아지게 된다. 201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수행한 연구를 보면, 간호사 이직률은 평균 16.9%였고, 신규간호사의 경우는 31.2%로 조사되었는데, 이직 사유로는 타 병원으로 이직이 19.4%로 가장 많았고, 결혼이나 출산, 육아로 인한 이직이 15.9%, 업무 부적응 13.0% 순으로 많았다. 현재 이직을 고민 중인 비율은 54.1%로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29.9%), 낮은 임금 수준(14.5%), 직무불만(9.8%) 순으로 높았으며, 병상규모가 작을수록 이직률이 높았다[
17]. 특히 여성 보건의료인력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성의 경우 결혼 및 자녀 양육 문제, 야간 근무 등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 조건과 업무 과다 등이 이직 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보건의료인력은 다른 산업부문에 종사하는 인력과 달리 보건의료의 공공적 성격과 함께 교육기간 자체가 매우 길고 특정 분야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인력수급 및 관리계획이 필요하다. 보건의료인력의 과잉공급은 과다경쟁 및 유인수요를 창출하여 의료비 증가 등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과소공급은 의료시장의 경쟁저하 및 의료이용의 접근성 저하를 초래하므로 적정 수준의 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5]. 즉, 보건의료인력의 양성과 관리에서 공공성 강화가 매우 요구된다. 그런데, 인력 양성에 대한 공적 개입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양성 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체적인 공급 부족 문제와 지역적 격차의 문제, 그리고 질 저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에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잔여적 시각에서 공공의료를 바라보고 취약한 계층 및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치,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정원 등 인력 기준이 매우 낮아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교병원을 제외하면 상당수 공공의료기관의 소재지가 지방에 있어서 인력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중보건기관의 인력 문제를 살펴보면, 보건소 등 보건기관의 인력 중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직종이 현행 법 규정의 최소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역시 구, 인구 50만 명 이상의 시의 구 및 인구 30만 명 이상의 시에 설치되어 있는 보건소의 경우,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영양사, 정신보건전문요원을 최소배치기준에 맞게 배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소 배치기준 자체가 매우 낮아서 정규 보건인력이 인구 천 명 당 0.29명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렇게 적은 공중보건인력 때문에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취약계층 대상의 예방 및 건강증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또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하여 정원에 해당하는 숫자의 비정규직 전문 인력으로 건강증진사업 등을 수행함으로써 지속성과 포괄성, 그리고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8]. 또한 지역유형별 인구 당 보건소 인력의 양과 질의 불균형이 심하여 지역 간 균형적 업무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며, 전문 인력의 승진 및 충원이 힘들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훈련의 기회가 적고 인력개발을 위한 투자가 미흡한 실정이다.
<Table 4>
Public full-time health workers employed in public health institute
Provinces |
Number of persons |
Number of public full-time health workers |
Density per 1000 population |
Total |
51,069,375 |
20,041 |
0.39 |
|
Seoul |
9,904,312 |
2,882 |
0.29 |
|
Busan |
3,448,737 |
803 |
0.23 |
|
Daegu |
2,466,052 |
484 |
0.20 |
|
Incheon |
2,890,451 |
673 |
0.23 |
|
Gwangju |
1,502,881 |
338 |
0.22 |
|
Daejeon |
1,538,394 |
249 |
0.16 |
|
Ulsan |
1,166,615 |
251 |
0.22 |
|
Sejong |
204,088 |
88 |
0.43 |
|
Gyeonggi |
12,479,061 |
2,573 |
0.21 |
|
Gangwon |
1,518,040 |
1,268 |
0.84 |
|
Chungbuk |
1,589,347 |
1,084 |
0.68 |
|
Chungnam |
2,107,802 |
1,582 |
0.75 |
|
Jeonbuk |
1,834,114 |
1,480 |
0.81 |
|
Jeonnam |
1,799,044 |
2,091 |
1.16 |
|
Gyeongbuk |
2,680,294 |
2,180 |
0.81 |
|
Gyeongnam |
3,334,524 |
1,745 |
0.52 |
|
Jeju |
605,619 |
270 |
0.45 |
공중보건인력의 문제를 양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 정규직 인력만으로는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의 변화와 건강증진에 대한 요구도 증가,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다가올 우리 사회의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보건기관의 정규직 인력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는데, 실제 최근 10년 사이에 건강증진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증한 것과 비교해볼 때에 납득할 수 없는 인력 변동이라 할 수 있다. 그 시기에 사회복지는 상당한 인력 확충이 있었던 것과 비교해볼 때에 심각한 수준의 정체라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종사 인력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인력으로 주로 보건행정 및 규제, 보건 기획, 내소 기반 사업 등을 위한 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급증하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는 정규직 인력이 아닌 전문 인력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정규직 인력에 준할 정도의 비정규직 인력으로 각종 건강증진사업에 대응하였다. 그 결과,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중요한 지역사회 공중보건활동을 실적 위주의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대체하였고, 그것 역시 매우 제한적인 계층 및 지역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분포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역 간 격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도시 지역만 하더라도 서울에 비해 타 대도시 지역의 인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농촌 지역의 경우 도시 지역에 비해 인력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인력의 대다수가 진료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만성질환예방 및 건강증진 등의 업무 비중이 매우 낮아서 실제 지역사회 니즈에 비추어볼 때에 도시지역보다 사정이 낫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인력 확충 과정에서 지역별 격차를 줄이고자 할 때에 지역별 니즈를 감안한 계획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질적 측면에서 문제를 살펴보면, 현재 공중보건인력의 경우 보건의료인력과 동일한 면허에 기초하여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중보건의 기능 및 역할 등을 고려할 때에 심각한 질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다. 현행 면허제도는 대다수 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배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양성 체계 역시 이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치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의료기관과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예방 및 건강증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공중보건기관은 그 기능과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공중보건기관에 종사하는 인력의 핵심 역량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역량에 있지 않고 진단 및 기획 역량, 소통 역량, 자원 연계 및 협력 역량, 조직화 역량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식과 기술 습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양성체계와 면허제도 등에 기초한 공중보건인력의 양성과 배치는 실제 요구되는 역량과 맞지 않아서 결국 질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 선발 후에 교육훈련을 통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비용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실제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보건지소 등에 주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보건사업에 대한 역할 설정과 참여 동기가 미흡하여 우수한 보건인력임에도 불구하고 활용이 잘 되지 않고 있으며, 배치 지역의 제한과 보건행정의 책임과 권한이 제한되어 있어서 진료 이외의 보건사업에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의 경우 인력 구성 면에서 새로운 보건사업을 수행하는 데에 양과 질에서 부족하고, 현재의 경직된 인력충원 구조로는 전문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2) 관리행정체계
먼저,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행정체계를 살펴보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경우 오래 전부터 공중보건 영역에서 분산된 관리행정과 기술지원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2]. 건강증진사업과 만성질환관리사업은 서비스 내용 중 중복되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관 부서가 나뉘어져 있고 기술지원 조직도 몇 개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부서 간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치 않고, 사업수행 시 원활한 협력이 부족한 실정이며, 일부 재활사업과 노인보건사업은 복지 분야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처럼 분산된 관리행정체계와 백화점식 기술지원체계로 인하여 일선 보건기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동일 대상에 대하여 서로 다른 공중보건조직과 인력으로 나열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은 채 인력 및 재정의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는 있으나, 지역사회의 특성과 지역주민의 필요 및 참여에 따라 사업 범위와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국정 과제라는 이름으로 외삽되는 형태로 사업이 결정되고 있다. 건강 정책의 이원화도 문제다. 건강 관련 정책이 중앙 정부의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어서 일관된 방향 하에 정책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고, 건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가습기 살균제 대응 등에서 확인하였듯이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 선진외국과 같이 관련 정부 부처가 모두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정부 내 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가 커서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와 교육부, 노동부, 국방부, 환경부 간 공식적인 채널이나 정기적인 미팅 등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위원회를 통하여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통합적인 정책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야 작동한다는 점에서 향후 여러 부처 간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체계가 구축되길 기대하기란 시기상조다. 교육부가 학교 건강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고, 노동부가 일터 건강에 대한 책임을 전담하고 있는데, 실제 부처 고유의 정책 및 사업으로 인하여 건강 문제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적인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신종 감염병의 유행 등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노력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광역 정부의 취약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역량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공공보건의료에서 시도의 역할은 공중보건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역 차원의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거나 정부의 공공보건의료기본 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 정책 및 사업의 통로 역할에 국한되어 있고, 예산을 매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공공의료에 관한 정책 역량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및 지자체 조례에 근거하여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및 공공보건의료재단을 설치 운영함으로써 광역 단위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몇 개 광역 정부에 국한되어 있고 일부 시도를 제외하면 최소 수준에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공중보건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체 광역 수준의 건강수준 향상과 건강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시도 차원으로 유기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보건소가 시군구의 행정 체계에 포함되어 있고, 시도의 지도 감독 하에 움직일 수 있는 기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도의 방향성 설정이 실제 정책 및 사업으로 연계되기 쉽지 않다. 서울시와 달리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도는 더욱 더 시도와 보건소의 접촉 지점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중보건 영역조차도 시도는 보건복지부의 연결고리 이상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시군구의 취약한 공공보건의료 역량 문제를 들 수 있다. 대부분 보건소는 인구 집단의 예방 및 건강증진 업무를 담당하는 공중보건 영역에서 주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현 보건소는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요구를 충분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사업 내용과 조직 형식이 부조응 상태다. 사업의 범위와 내용은 현재 지역주민의 필요 및 욕구를 반영하여 결정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조직 형식적으로 수평적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감염병의 관리가 중요한 수직적인 공중보건체계는 위계적인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만성질환예방 및 건강증진의 경우는 참여, 소통, 협력, 조정 등이 중요한 보건사업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수평적 협의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 내용은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서 생활터 기반으로 주민참여형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지만, 이를 담보할 조직 형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모든 보건소가 팀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
로는 과거의 과-계 체계와 차이가 없는 위계적이고 기계적인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의 생활터를 기반으로 삶에 천착한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핵심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소가 시장에서 수요자와 만나는 공급자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조직화를 지원하고 지역주민의 일원이 되는 대변자이자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하게 과거와 다른 조직 구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보건소 조직은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소 조직 구조로는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 더욱이 생활터에 위치하고 마을 단위의 지역주민 조직과 일상적으로 호흡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건강증진의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공중보건조직이 필요한데, 현재 시군구단위에 설치되어 있는 보건소는 그 규모나 관할 지역 범위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또한, 보건소가 시군구 단위의 공중보건 활동에 있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읍면동별로 촘촘한 건강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중보건조직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극히 일부 동 지역에 도시보건지소나 건강생활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거나 읍면 지역에 진료서비스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보건지소, 보건진료소가 설치되어 있어서 지역주민의 공중보건에 대한 필요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기 어렵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선진외국과 같은 일차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치료 영역만 담당하는 등 치료와 예방이 분리되어 있는 보건의료체계에서 보건소의 과부하가 나타나고 있고, 그 결과로 보건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보건소 인근 주민의 건강 요구에 반응하는 내소자 중심의 사업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