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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공의학회 20년사 (2000~2020 Years)
대한공공의학회와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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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 공중보건과 공공의료 그리고 대한공공의학회

공직의로서의 보람과 바람

우선옥 서울시 관악구보건지소 소장 대한공공의학회 학술이사

첫 발령지인 인천 보건소에서 맡은 업무가 이동순회진료였기 때문일까요? 이후 저의 공직 의사 경력은 보건소에 계신 다른 선배님, 동료들에 비해 좀 더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2003년 서울시 지방공무원의 첫 출발이 구로구보건소 진료 의사였고, 이후 지역보건과장과 의약과장 두 직책을 다 맡게 되는 파격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보통 의무직 과장은 의약업소 지도·감독과 의약인 단체를 관리하는 의약과에 발령을 받는 경우가 많고, 보건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의 과장으로 발령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다른 분들과 달리 두 보직을 다 맡았던 것이 나중에 신종플루, 구제역,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보건과장으로 임용되던 첫해 신종플루를 시작으로 일복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관내에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하던 날 공교롭게도 고등학교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여 “설상가상”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실감했고, 1년여 기간 동안 몸은 힘들었으나 주말을 반납한 감염병예방팀 직원들의 헌신과 보건소 타과 및 구청의 협조로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건강 복지센터 민간위탁 업무를 부득이 직영으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담당 직원의 업무 증가와 예산 집행의 제한 등 사업 운영에 애로사항이 많았으나 우리 부서와 센터 직원들의 적극적 소통의 계기가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고, 보건복지부 정신보건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을 때 받은 포상금 600만 원 중 500만 원을 과장, 팀장, 담당 직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자는데 뜻을 모아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0년 제5기 구로구 지역보건의료계획 TF 팀장을 맡아 구로구 보건지표 중 서울시 평균보다 나쁘면서 점차 악화하는 지표들을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관리사업을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직원들과 함께 4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약과장으로 임용되었을 때, 인허가부서이자 진료, 보건증, 건강검진 관련된 민원부서의 특성을 감안하여 ‘청렴, 친절’ 이 두 가지를 항상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CS 교육자료를 직접 만들어 교육한 결과 부서 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우수부서로 선정되고 친절평가 하위부서에서 우수부서로 향상되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다른 어느 상보다 청렴 최우수상이 가장 자랑스럽고 직원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의약업소 지도 감독은 자율적인 법 준수를 계도하고 민원신고사항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했으며, 의약인 단체와는 정기 간담회를 통해 지역 건강 현안을 공유하고 상생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는데 노력했습니다. 또한, 서울시에서 구로구가 유일하게 이동검진 차량을 보유하고 찾아가는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 발급 서비스를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점을 외부에 적극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2013년 민원행정 서비스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참여하여 장려상을 수상했는데, 연극 발표라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직렬로 구성된 의약과가 적극적으로 화합하는 부서로 변모하는 작은 기적을 경험했고, 그 여세를 몰아 2015년 메르스 유행 시에는 의약과가 접촉자 검체채취, 역학조사, 야간상담 등 감염병 대응업무 지원을 적극적으로 담당했습니다.

2005년부터 대한공공의학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인영 소장님, 김혜경 소장님, 박유미 국장님 등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지역보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고, 학술간사, 학술이사, 서울공공의학회 총무이사를 맡았을 때 행정직원 없이 학술대회·집담회를 준비하는 게 버겁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할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의 학회 활동 모습을 선배님들께서 기특하게(?) 보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6년 학술이사를 맡았던 해 춘계학술대회를 5일 앞두고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때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패혈증으로 위독하셔서 혹여라도 학술대회 준비와 참석을 못해서 임원분들께 누가 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하나님이 그 마음을 아셨는지 다행히도 며칠의 여유를 주셨습니다. 호스피스 병실에서 돌아가시기 전날, 어머니 침대맡에서 밤을 새우며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장례 기간 중 새벽에 학회 준비를 마무리하였고, 장례식을 마치자마자 인쇄소로 달려가 밤늦게까지 연제집 교정을 보고, 학회 당일 사회를 봤던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2016년 7월부터 3년간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공공보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보건지소 확충지원, 대사증후군관리사업, 시민건강포인트사업, 시민건강관리센터 조성, 시·자치구 공동협력사업(보건소 평가), 보건소장 정례회의 주관 등 보건소 운영 전반과 만성질환예방관리사업을 담당했으며, 2018년 신규사업으로 서울케어-건강돌봄, 소아청소년 당뇨병 예방관리를 추진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한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위의 두 가지 신규사업인데, ‘서울케어-건강돌봄’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심을 갖고 보건소의 다양한 전문인력이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연계하는 것으로,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일본 동경도 커뮤니티케어 현장을 견학했고, 공직의 토론회를 개최하여 사업 시행을 위한 보건소 운영 개선방안에 대해 25개 구 의사 공무원들과 논의하고, 서울시의사회와 협약을 통해 민간의료기관 의사의 사업 참여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과 정부가 2018년 11월에 발표한 노인 커뮤니티케어 계획에 서울시의 건강돌봄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보건사업을 선도하는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소아청소년 당뇨병 예방관리’는 2017년 상반기 “학교 화장실에서 인슐린 셀프 주사… 방치되는 아이들”이라는 보도기사가 잇달아 나오면서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시작되었는데, 서울시교육청, 보건교사회,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소아당뇨인협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하고, 설문지를 직접 개발하여 서울시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인슐린의존형 당뇨병을 소아당뇨라는 말로 잘못 사용했는데 지금은 1형당뇨병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서울시의 일련의 활동을 국무총리실에서 주시하고 있었고, 세계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맞이하여 2017년 11월 13일 ‘소아당뇨 보호대책’을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했는데, 저희 팀이 추진한 내용이 일부 반영되었고, 그 날은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후속 작업으로 민간기업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와 대한당뇨병학회와 협력하여 서울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달콤한 인생’이라는 당뇨병 인식개선 캠페인 영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누적 조회 260만 뷰가 넘는 기록으로 당뇨병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고, 환우회원들의 혈당관리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순수환자단체를 발굴하여 긴밀하게 협력했던 것이 특히 기뻤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관악구보건지소는 심폐소생술 상설교육장 운영, 스마트 헬스 존, 영양관리사업, 어린이건강체험관, 장애인 재활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필수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특히 장애인 재활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사회 재활협의체에서 논의된 의견을 반영하여 사례관리 대상자에게 원스톱 통합재활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건·의료·복지·주거환경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돕는 부분이 타 구에 비해 특화되었다고 판단하여 2019년 서울시 민원서비스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출전했고, ‘원스탑재활통합서비스로 3년 만의 외출이라는 기적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발표하여 관악구 최초로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장애인 재활사업으로 2020년 보건복지부 최우수 보건소에 선정된 것도 기뻤지만, 또 하나의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취미로 즐기던 난타를 장애인분들도 체험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여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직원이 참여하는 난타교실을 만들고 서울시 사업설명회 자리에서 공연까지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참여하신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변화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표정 없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고 한결같이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하시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았으며, 비록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분들이지만 이분들이 난타교실에 참여하는 시간만큼은 WHO의 건강의 정의에 부합되는 가장 안녕한 상태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대응업무로 보건지소의 많은 집합교육이 중단된 상태여서 또다시 고민 끝에 온라인 교육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고 연습용 드럼을 배부하고 Zoom을 활용한 비대면 난타교실을 시작했는데, 연말에는 ‘내 나이가 어때서(홍진영 버전)’로 공연이 가능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올해 대한공공의학회 학술이사와 공직의 처우개선 TF 위원장을 맡게 되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건소 근무 의사의 코로나19 전후 근무 여건을 조사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전국 보건소 의사 공무원 422명을 대상으로 ‘보건소 의사의 근무 여건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고, 분석 및 언론 보도에 김혜경 고문님(前 수원시 장안구보건소장)과 이인영 이사장님을 비롯한 총무·학술팀에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보건소 근무 의사의 공직의로서의 만족도는 매우 높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공중보건 기여에 대한 만족도는 높으나 의료업무수당 인상 등 처우 개선이 시급함을 알 수 있었고 진료의사 3명 중 2명은 의무직 과장이나 보건소장 지원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8년에 대한예방의학회와 전국보건소장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제3기 지역사회 공중보건 최고리더 과정’을 수강하던 때를 떠올리며 교육과 처우 개선 두 가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가 공중보건 리더로서의 의사 인력 양성과정을 마련하여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지역사회와 공중보건’ 이론 및 권역별 실습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공직의를 위한 공중보건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것, 그리고 17년째 변동이 없는 의료업무수당 인상과 고용안정 등 공직의 처우 개선이 병행되어야만 의대생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공공보건의료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대한공공의학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협력하여 ‘공중보건 교육과정’ 신설 기반을 마련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됩니다.

한때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할 정도의 큰 고비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공직의로서 예방 중심의 지역보건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공직의에게 열정페이 하나만으로 공직에 자부심을 갖고 종사하도록 강요한다면 어느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과거 어느 해보다 공직 의사가 장기간의 과중한 업무부담과 갈등을 겪고 있고, 겨울철 트윈데믹의 우려와 의대생 국시 미응시가 가져올 의사 공급 부족이 염려되는 상황이지만 지금껏 잘 견뎌왔던 것처럼 학회 선배님과 동료들이 조금 더 힘을 모은다면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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