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입장에서 본 문재인 케어

'Moon Jae-In Care' from the perspective of civi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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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Health Aff. 2018;2(1):33-3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8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29339/pha.2.1.33
Health Right Network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Received 2018 July 31; Accepted 2018 August 25.

1. 들어가는 글

건강은 사회경제적 제반구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가계소득 감소나 사회계층간의 소득불균형,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빈곤문제 등 개인과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이 확장될수록 불건강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저하된 상태이고 가계가처분소득의 증가폭도 상당히 둔화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국민 개개인이 ‘건강’이라는 인적자본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의료비로 인한 개인 및 가계부담률이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되며,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은 제도운영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인 1970년대에 사회보험형 의료보장제도를 처음 도입하였으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기본권의 관점보다는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동력 재생산에 목적을 둔 제도도입의 성격이 강하였다. 그동안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보편적 접근을 강제하기 보다는 시혜적 관점이 보다 우세하여, 잔여 재정 범위 내에서 선별적이면서도 단편적인 급여확대가 주를 이루었다. 그나마 참여정부 시기부터 정권 차원(5년 주기)의 보장성 강화대책이 체계화되면서 재정계획 및 목표보장률 설정 등 보장성 운영계획이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난 10여 년간 60% 초반대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이러한 추세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기치 하에 새로운 보장성 대책을 내놓았다. 의학적 비급여의 완전한 해소와 의료비 상한을 관리하여 고액 비용 발생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문재인 케어의 주된 기조인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기존의 보장성 대책과는 차별되는 방안으로 개별 항목 중심의 선별적 접근과는 다른 차원이고, 개인 및 가계의 의료비 상한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문재인 케어 이행을 위한 수단과 방법에 있어 실효성과 관련된 이견이 존재하며, 재원조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으로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보장성 개선이 담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2. 문재인 케어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일단,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통제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네거티브 방식의 급여체계 전환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면서도 급여와 비급여로 이원화된 왜곡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의사-환자간의 시장거래를 용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부 및 보험자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국민 개인의 소득에 의해 의료서비스 이용이 결정되는 접근성의 격차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비급여는 예외적 경우로 한정해야 하나, 마치 비급여가 급여 행위의 대체 영역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국민 개인의 사적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유발하였다. 문재인 케어는 적어도 공적보험과 무관하게 통용되어 왔던 비급여의 무분별한 시장 거래를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시민사회도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표명을 하였다.

그러나 비급여의 급여전환과 비급여 통제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수단과 방법은 실효성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의 경우 예비급여라는 새로운 급여방식을 도입하여 일정 기간(3~5년) 평가 후 급여여부를 판단한다고 하였다. 예비급여는 말 그대로 예비적 급여단계로 완전한 급여전환 여부는 3~5년 평가절차를 거쳐야 결정이 되며, 통상적인 법정본인부담률을 크게 상회하는 영역이라 본인부담감소 효과도 제한적이다. 예비급여는 본인부담상한제에서 제외되는 영역이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신청주의에 입각한 제도운영의 한계로 실제의 의료비 감소와 직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예비급여 운영에 있어서는 수량통제 기전이 상당히 미약하여 의료기관이 진료량을 늘리는데 있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예비급여는 의료기기산업 규제 완화와 맞물려 있다. 즉, 비용효과성의 근거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건강보험에 진입하여 시장 확대를 꾀하려는 산업체의 이익창출을 위한 주된 경로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사실상 예비급여는 네거키브 방식의 급여체계 운영을 위한 시험적 성격에 가깝고 예비급여에 해당되는 등재 및 기준비급여 해소를 위해서는 약 6조3천억 원의 재정소요가 추정되는 반면, 대부분 환자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보장성 개선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문재인 케어의 재원조달 방식에 있어서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작년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소요재정은 30.6조원으로 내다보았고, 재원조달은 건강보험누적흑자 20조 원 중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한다는 것이었다. 보험료 인상은 지난 10년간의 평균보험료 인상률 3.2%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누적적립금 10조원 투입과 함께 약속한 국고지원 확대는 실제로는 2018년에 5.2조원으로 결정되어 국고지원 법적 기준인 보험료 예상 수입 14%에 턱 없이 부족한 9.8%에 불과한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반면, 2019년 건강보험료인상률은 2012년 이래로 역대 최고치인 3.49%로 결정되었다. 문재인 케어 실행의 주된 배경은 체감도 높은 보장성 확대였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담보되어야 보험료 인상도 가능한 것이다. 문재인케어 시행 기간의 보장성은 70%를 목표로 하였고 시행 초기 1~2년간 신규재정의 56%를 투입한다고 볼 때 현재 약 63% 수준인 보장성은 내년에 최소한 3% 이상 개선된 효과를 보여야 한다. 국고지원 등 정부책임은 등한시 하면서 역대 최고의 보험료 인상을 국민에게 강제했으나 실제의 보장성 개선이 체감되지 않는다면 제도운영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여지도 있다.

3. 결론 및 제언

문재인 케어가 비급여 해소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면 예비급여 방식의 급여전환은 재검토해야 한다. 등재비급여의 경우 목록정비가 우선이며, 사용실적이 없거나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행위들(특히, 2008년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이전에 등재된 행위는 실제적 평가를 거친 바 없음)은 불인정 의료행위로 규정하여 퇴출부터 단행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행위들은 전면급여화 하는 방식으로 급여체계 전환을 모색하고 동시에 급여-비급여 혼합진료금지를 적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신포괄수가제도 단계적 확대 등과 같은 방법으로 신규 비급여 진입을 통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혼합진료금지제도를 도입해야 비급여 통제가 가능하며 급여서비스 중심의 진료환경도 구축할 수 있다. 기준비급여와 같이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사용량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진료량 통제를 목적으로 한 지불제도 개편을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재정효율화를 위한 과제도 병행해야 한다. 공급부문의 고비용·비효율 문제를 방치하는 한 건강보험 보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병상과잉과 중소병원 난립 문제, 노인의료비 관리 및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 문제, 의료전달체계 부재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양극화나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건강보험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갉아 먹는 요인이다. 이 같은 공급부문의 고비용·비효율을 해결하지 못하면, 보장성 개선이 아닌 재정부담만 가중시키는 가운데 공급자의 수입기반만 강화해주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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